논증이란, 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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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님은 종종 함평을 이렇게 말씀하신다. "생각이 시작되는 곳 함평."
만약 미래에 생각이 시작되는 곳이 함평이 됐다면, 매년 기본학교 에세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주말의 주요 대화 주제로 여겨지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인간에게 사랑이란 의무인가?", "폭력을 포기한 결과가 토론인가?" 같은 주제를 놓고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나가는 것이다. 물론 현재 많은 국민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ㅠㅠ 다만 적어도 기본학교 졸업생이라면 에세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번 기본학교 2차 에세이는 어려웠다. 생각해보니 2기, 3기, 4기, 5기의 에세이 문제를 보면 '논증'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논증은 어렵다. 지루하고 따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고행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문제당 최소 A4용지 한 장를 채워야 하니 더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한 시간은 1시간이 아닌 24시간이다. 그러니 한가한 토요일에 적어도 7~8시간 정도 물고 늘어지면 IQ 90인 사람(*예를 들면 나) 또한 그럴싸한 답을 낼 수 있다. 이처럼 논증이라는 건 단숨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닌, 시간과 생각을 끊임없이 태우고 태워야 서서히 우러러나오는 산물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논증이라고 하면, 잘 짜여진 논리로 구성된 글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진석 교수님은 진(眞), 선(善), 미(美)가 아니라 미(美)를 더 높은 가치로 내세우고 계신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본학교 6기 2차 에세이 또한 얼마나 정확하고 논리적인지 보다, A4용지 한 장 안에 내 생각의 지도를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물론 아름답게 그리는 건 어렵다. 그게 어렵다면ㅁ 그나마 나답게 그리면 충분하지 않을까.
논증이란?
내가 생각하는 논증은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특정 주장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그러므로 논증이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아닌, 보다 다양한 근거와 이유가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 각 이유와 근거들도 하나의 길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게 좋다. 논증을 하나의 설득 기술로 볼 수 있다. 반대로 내 생각을 깊게 들여다 보고 검증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한 문제당 최소 A4용지 한 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 장을 채우기 위해서는 결론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주장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다양한 근거와 이유들을 대입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내 주장에 반대되는 반박괴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A4용지 한 장을 채우는 건 단순 글자를 늘리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시선의 높이와 생각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기초 체력 테스트에 가깝다. 고로, A4 한 장 분량이라는 건 내가 어디까지 생각을 할 수 있고 확장할 수 있는 지 증명하는 것이자, 나의 시선의 높이와 생각의 힘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누군가는 논증을 논문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 기본학교에서 요구한 논증은 학문적인 글쓰기와 거리가 멀다. 나다움과 아름다움을 더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논증 그 자차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다. 논거는 그 사람이 보는 세상의 창이기 때문에 자신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짜여진 논증 그 자체보다, 다양한 논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내 생각의 지도를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이번 기본학교 6기 2차 에세이에서의 A4용지 한 장 분량이라는 조건은 하나의 형식이 아닌, 생각의 힘을 가늠하기 위한 기초체력 테스트처럼 다가왔다.
결론 : 재미있어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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