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내거나 화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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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인들은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다. ‘짜증 난다’라는 한 마디는 그가 비득도인이라는 명백한 증거다. 득도인들은 모든 현상이 큰 현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현재 가진 정보와 맥락에서는 이 상황이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이 상황을 품고 있는 더 큰 상황을 알면 이 상황이 자연스럽고 사소하게 보일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작은 세상에 사는 작은 사람은 현재 상황에 짜증과 화가 날 것이고 큰 세상에서 사는 큰 사람은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더 큰 모델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살고 있는 세상의 크기에 대한 개념을 4살 아이를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4살 아이는 먹던 사탕을 땅에 떨어뜨리면 속상해서 운다. 아이들은 현재 먹고 있는 사탕이 자기 삶의 전부이기 때문에 사탕을 떨어뜨리면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울기도 한다. (CPU의 미래 코어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성인들이 사는 세상에서 사탕은 아주 작은 것이기 때문에 성인들은 사탕을 떨어뜨려도 울지 않는다.
《열반 3000》을 읽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아이와 득도인이 생각하는 비득도인이 비슷한 관계다.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봤거나 연인과 헤어져서 상심한 비득도인들에게 득도인이 ‘괜찮다’고 건네는 이성적 위로는 우는 아이를 달래주는 일과 비슷하다. 왜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닌 지에 대한 모델들을 끊임없이 생산하여 건네주는 것이다. 사는 세계가 작다면(짧다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득도인들은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그릇의 작음을 스스로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자신의 그릇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 가지 테크닉을 소개한다. 우선 친구가 화를 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주자.
“보여주지 마라.”
그렇다면 친구가 당황하여 물어볼 것이다.
“무엇을 보여주지 마?”
그렇다면 대답해 주자.
“너의 작음을…”
친구가 다음에 또 화를 낼 때는 한마디만 하면 된다. “보여주지 마라.”
그 다음부터는 ‘보여주지 말라’는 말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친구는 화를 내기 전에 이미 독자가 뭐라고 반응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미리 부끄러워져서 화를 내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친구뿐만이 아니라 독자까지 덩달아 자신의 작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친구가 뭐라고 반응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훌륭한 윈윈win-win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은 사실 싸움의 주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그릇이 더 작은지 싸우는 일과 같다. 앞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끼리는 싸우지 않을 수 있다. 이제 감정적 싸움은 없어지고 관계는 윤택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이 ‘그래 나 작다!’ 를 시전하면 바로 도망가야 한다. 이 신호는 상대방이 교양인으로서의 최후의 선을 넘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말대꾸를 했다가는 오랑우탄이 된 친구에게 바로 찢겨버릴 것이다. 그런데 《열반 3000》을 읽은 우리 또한 ‘자고로 사람은 격이 높아야 한다’는 모델에 자칫 종속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격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에 종속된 상태에서 ‘보여주지 마라’를 남발하게 되면 많은 친구들을 잃을 수 있다. 용서받을 수 있는 놀림과 없는 놀림의 미묘한 경계를 줄타기하는 데에는 극도로 예민한 감각이 필요하며 평생 깐죽대 오던 사람만이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안전한 말만 하지 않고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줄타기를 하는가? 재미있으니까. 비득도인들을 놀리는 재미는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이는 비득도인의 공분을 살 수 있으니 안전하게 조언을 주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득도인 : (100만원을 건네며) 너의 작음을 보여주지 마라.
비득도인 : 그래 뭐 더 불편한 건 없어?
<마지막 변수> 185~188p '비득도 적발하기' 중
댓글목록

한상도님의 댓글
한상도 아이피 (39.♡.28.52) 작성일 Date작가님 여기서 책광고 하지 마세요. 짜증나요.

수수케이키님의 댓글
수수케이키 아이피 (118.♡.162.123) 작성일 Date취향과 방향성이 다르더라도, 개척자(가 되려는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끼리 서로 응원해주는 분위기를 통해 새로운 생각이 더 많이 탄생하는 사회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몇몇 개척자분들 모두 응원 드립니다 ㅎㅎ 아직 100만원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