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높이가 현상(현실)적 레벨에 있는 것은 생각(사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은 근본적으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개입되는 일이기 때문에 현상(현실) 너머나 다음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크게 둘로 쪼개져서 각 진영에 갇혀 있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거세된 까닭이 크다. 진영에 갇혀 있으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진영의 논리와 의지를 그대로 따라서 내뱉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질문은 생각의 활동이고 대답은 생각 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질문하는 사람은 건너가고, 대답하는 사람은 멈춘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새로운 것과 위대한 것 가운데 대답의 결과로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다 질문의 결과다. 건너가고 도약하고 위대해지고 싶다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면 지배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 생각 없이 진영에 빠져 있으면 종내에는 비효율에 빠져 스스로 무너진다.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독립해 있다. 진영에 갇힌 사람은 진영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독립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자는 자유롭고 진영에 갇힌 자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체들의 특징은 자신에게서 나오는 말을 자기 자신의 존재성과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경향이 지속되는 것을 우리는 신뢰라고 한다. 결국 자신이 뱉은 언어에 대한 책임성이 강하다. 진영에 갇혀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성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다르게 한다.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것이다.(중략)
우리는 민주화 다음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건너가지 못하고 멈춰있다. 건너가려면 우선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면 현실(현상)로 생각(사유)를 통제하지 않고, 생각(사유)으로 현실(현상)을 통제한다.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의 역사도 퇴행을 멈추고 전진하기 시작할 것이다. 생각의 힘으로 이제는 그만 건너가자.